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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 대전기(智晤 大傳記) - 2부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21 587회 0건
2부 2장 인 연.

아침 일찍 일어난 지오는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명상에 잠겼다.
어제의 살육으로 심신이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였다.

‘휴. 이제 내 칼에 피가 마를 날이 없겠구나...’

지오는 기를 일주천 시킨 뒤 눈을 떴다.
아침햇살이 창문너머 따사로이 내리 쬐고 있었다.
늦가을의 날씨가 무척이나 청명하게 느껴졌다.
객점으로 내려가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지오는 무림맹이 있는 양양으로 향하였다.
지오는 서두르지 않고 늦가을의 향취를 맛보며 길을 청했다.
기주를 벗어나 휘영에 도착하니 휘영의 절경이라는 석정호(夕晶湖)가 보였다.
저녁이 되면 호수가 낮과 같이 밝다하여 붙여진 이름의 석정호(夕晶湖)는 많은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었다.
인근에 파락호들은 이곳에 여인을 데려와 속삭이면 거의 정취에 휩싸여 성공을 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석정호의 정취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지오는 문득 석정호(夕晶湖)를 보고 있자니 설란의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그때 어디선가 귀를 찢는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저물어 해는 떨어졌으나 호수에 반사된 달빛 덕에 먼 곳 까지 볼 수 있었다.
지오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두 명의 여인이 다섯 명의 장한들에 둘러싸여 낭패를 당하고 있었다.
지오는 모른 척 지나칠까 싶다가 이내 걸음을 옮겨 낭패를 당하고 있는 여인 쪽으로 다가갔다.
지오는 다섯 명의 장한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두 명의 여인에게 물었다.

“혹시 불편한 곳 이 있으시오?”

지오의 물음에 두 여인과 다섯 명의 파락호는 실로 어의가 없다는 듯 지오를 바라봤다.
두 여인은 자신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 마치 길을 가다 넘어진 모습을 본양 태연히 물어오는 모습에 당황을 했고 다섯 명의 파락호는 자신들은 안중 에도 없는 듯 말하는 약관의 청년이 다소 황당했다.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나 네놈의 눈에는 우리 철산오협(鐵山五浹)이 안 보이느냐?”

“하하하... 철산오협이라... 혹시 철산오괴(鐵山五怪)겠지요. 설마 협을 논하는 사람들이 연약한 여인들을 그것도 다섯 명이서 위협이나 하겠소?”

그 말에 철산오괴는 인상을 구겼다.

“네놈이 실성을 했구나, 찢어진 주둥이라고 함부로 놀리면 어떻게 되는 지나 알고 하는 말이냐?”

그러나 지오는 대꾸하지 않고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 여인 중 한 여인이 나서며 다급하게 지오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협. 저희좀 도와주세요. 전 제갈세가의 제갈지연 이라고 해요. 이쪽은 화산의 백설아 소저에요. 도와주시면 본가에서 절대 모른 척 하지 않을 거예요.”

순간 지오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화산과 제갈세가라.... 후후...”

제갈지연은 지오의 안색이 바뀌자 혹시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생각을 했다.
어찌 제갈지연이 부모님이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손에 죽었다 는걸 알 수 있겠는가...
지오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이란 말을 듣고는 괜한 일에 끼어든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는 이내 발을 돌려 모른 척 지나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오의 생각을 모른 철산오괴는 그런 지오의 생각을 다시 뒤엎게 만들었다.

“이놈이 우리말이 말같이 들리지 않는가 보구나?”

그 말과 동시에 철산오괴의 첫째가 주먹을 휘둘러 지오의 미간을 노렸다.
지오는 신형을 옆으로 피해 그의 팔을 잡고 슬쩍 밀어버렸다.
그러자 자신의 힘에 균형을 놓친 오괴중 첫째가 볼상 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빼어들고는 고함을 질러댔다.

“이런 개 같은... 내 오늘 네놈을 죽이지 않으면 철산오괴가 가이다.”

“하하 드디어 바른말을 하는군. 자신 입으로 오괴라고 말하니 말이다.”

그 말에 더욱 얼굴이 붉어진 오괴의 첫째가 도를 휘둘러 지오의 목을 노렸다.
도에서 풍기는 기새가 제법 사나웠다.
그러나 지오는 가볍게 도를 한손으로 잡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나머지 오괴와 두 여인은 입을 쩍 벌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맨손으로 검도 아닌 도를 잡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내공이 받혀주지 않으면 절대 행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를 쓰는 무인들의 특징은 대체로 그 힘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도에 느껴지는 도력은 무척이나 강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고는 손으로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 이었다.
도를 잡힌 오괴는 자신역시 믿기지 않은 눈으로 지오를 바라보곤 도를 빼내려 힘을 주었다.
그러나 어찌된 것이 한손으로 잡고 있는데도 불과하고 도는 지오의 손에서 빠져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도를 휘두른다면 그땐 나 역시 참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철산오괴는 검을 거두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며 한마디 남기곤 손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두고 보자 다음번엔 네놈의 목을 꼭 베어 버릴 테니.”

지오는 순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는 두 여인을 잠시 바라보곤 발을 돌렸다.

“저... 잠시만요.”
“내게 무슨 볼일이 있소?”

“저...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착각하지 마시오. 난 소저들을 구한 것이 아니고 그저 저들이 시비를 걸기에 상대를 한 것 뿐이오.”

지오는 왠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사람들과 연을 맺기 싫어 차갑게 말하곤 발을 돌렸다.
그러나 제갈지연과 백설아는 지오의 뒤를 따라갔다.
한동안 석정호의 경치를 보며 걸음을 걷던 지오는 문득 걸음을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제갈지연과 백설아 역시 걸음을 멈춰 섰다.

“혹시 내게 볼일이 남아 있소?”

그 말에 제갈지연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말을 했다.

“도와주신은혜 감사드려요. 그리고 염치없는 부탁인줄 알지만 저희를 양양에 있는 무림맹 까지 데려다 주실 수 없나요?”

“아까도 말했지만, 난 소저들을 도와 준적이 없소. 그러니 은혜랄 것도 없소. 그리고 소저들을 무림맹 까지 데려다 주고 싶은 생각도 없소. 그러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어떻겠소?”

그 말에 제갈지연은 무척 당황했다. 이토록 부탁을 일언지하 거절 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설아가 지오를 향해 대뜸 따지듯 말을 건넸다.

“무슨 남자가 그렇죠? 협을 아는 사람이라면 곤경에 처한 여자들을 도와줘야 도리가 아닌가요?”

백설아는 유난히 협이란 말에 힘을 주어 말을 했다.

“하하... 협이라고 하였소?”

“그래요... 무림인이라면 협이 무엇인진 알겠죠?”

“아니... 난 협이 무엇인지 모르오. 또한 협을 행하는 무림인을 본적 또한 없소.”

“어떻게... 무림정파에서 얼마나 많은 협객들이 많은데 본적이 없다니 말이 되나요?”

“무림정파라 하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말하는 것이오?”

“그래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혹시 당신은 무림인이 아닌가요?”

“나는 정파에서 말하는 협이 무엇인지 모르오. 혹시 알고 있다면 내게 알려주겠소? 무림정파에서 행하는 협이 무엇인지?”

지오는 비웃음을 담긴 얼굴로 백설아를 바라보았다.
백설아는 그런 지오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곤 이내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흥. 모른다면 제가 알려 드리죠. 잘 들어보세요. 협이란 자기보다 약한 자를 돕고 선량한 이를 위해 자신이 힘을 사용하며 악을 보면 참지 않고 의를 위해선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걸 말하죠. 이제 아셨나요?”

그렇게 말한 백설아는 이제 알겠냐는 투로 지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지오는 그녀의 말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럼 소저는 검을 버리고 사냥을 위해 활을 들고 농사를 짓기 위해 호미를 들며 고기를 잡기위해 그물을 잡는 사람을 오로지 무공이 강하단 이유로 핍박을 하는 것이 소저가 말하는 협이라고 생각 하시오?”

지오의 말에 백설아는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벅 거렸다.
지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검을 놓고 살아가는 사람을 무공으론 상대할 수 없자 그 자식을 인질로 잡아 결국 그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는 게 소저가 말하는 협이오? 또한 그의 부인도 그를 따라 죽게 만드는 게 소저가 말한 협이란 것이오?”

지오의 눈에는 이제 분노가 일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협은 모르오. 내가 아는 협이란 오로지 힘을 말하며 오로지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자를 죽이고 그걸 명분 잇는 죽음으로 만드는 게 협이란 것이오.”

“그런...억지가...”

제갈지연과 백설아는 지오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오의 분노는 이내 무형의 기운인 살기로 점차 퍼져 나갔다.

“억지라고 하였소? 내 부모님이 그 억지 같은 일을 당하셨소. 그것도 소저가 말하는 소희 정파라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로부터 말이오.”

순간 제갈지연과 백설아는 아무말도 못하였다. 아니 믿을 수 가 없었다.

“아니... 그럴 리가... 뭔가 잘못알고 있을 거예요...”

“크하하... 잘못알고 있을 거라 하였소? 화산의 노운혁... 어찌 내가 그 이름을 잘못 알 수 있단 말이오... 제갈세가의 제갈성... 나를 인질로 잡고 내 아버지의 가슴에 검을 꽃아 넣은 그 얼굴을 어찌 내가 잘못알고 있을 수 있겠소.”

그 말을 들은 제갈지연과 백설아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눈으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어찌...그런 일이...”

제갈지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럴리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제갈성이 누구던가 자신의 아버지의 동생이자 숙부이지 않는가... 어려서부터 아버지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해주고 아껴주던 분이....
제갈지연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을 수 없어요... 당신의 아버지가 누구시기에...”

“크크크... 믿을 수 없겠지... 나 역시 믿고 싶지 않으니 말이오. 내 아버진 마교의 부교주 이셨던 천의신검 마자 청자 한자를 쓰시는 분이오. 또한 어머니는 남궁세가의 남궁자 소자 옥자를 쓰시는 분이고, 십년 전 구파일방과 남궁세가를 제외한 오대세가는 아버지의 무공이 이미 화경의 경지에 오르자 오로지 마교의 인물이란 이유로 모함인줄 알면서도 무림공적으로 몰아 결국 죽음에 몰아넣었소. 어찌 내가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있단 말이오. 오로지 복수의 칼만 십년을 넘게 갈아왔건만... 더 이상 내 앞에서 협이란 말을 하지 마시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선 내게 협을 말할 수 없소. 가서 전하시오 이제 그때의 핏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곤 지오는 두 여인을 남겨두고 걸음을 옮겼다.
지오가 떠난 그 자리엔 두 여인은 그저 멍하니 지오가 떠난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연언니.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일까요?”

“믿고 싶지 않지만 믿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십년 전 그런 일이 있단 걸 나도 들은 적이 있으니... 또한 그 후 소림에서 마청한 대협에게 천하제일검 이란 칭호를 내렸으니 아마 사실일거야.”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죠?”

“글쎄...” ‘가엾은 분...’

제갈지연은 지오의 눈에서 그동안의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배어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제갈지연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제갈지연과 지오의 인연의 끈이 얼마나 질긴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한편 무림맹에선 황교와 마교가 손을 잡고 장원진출과 마도천하를 외치며 무림맹을 거세게 밀어 붙였다.
무림맹에선 변변한 대응한번 못해보고 영월에 있는 제갈세가와 까지 밀려 버리고 만 것이다.
이에 더 이상 참지 못한 무림맹에선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를 모아 청룡단을 만들어 향주와 휘영의 경계선에서 황교와 마교를 대적케 하였다. 바로 지오가 현제 지나고 있는 곳 이었다.
청룡단은 명문제자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황교와 마교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황교와 마교에서 고수들이 지원 나오면서 서서히 청룡단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지오는 객점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일찍 객점을 나왔다.
지오는 어제의 일이 밤새도록 가슴한쪽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할 필요는 없었는데...’

제갈지연의 얼굴에서 설란의 모습을 본 지오는 그런 자신 때문에 더욱 그녀들을 몰아 붙였는지 몰랐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은 티 한점 없이 맑고 청명했다.

‘저 하늘에서도 설란은 나를 보고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소로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사두마차가 다섯 명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마차는 마치 황제가 타는 마차처럼 무척이나 호화스러웠다.
지오는 그 호화로운 마차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순간 마차는 지오 앞에 서며 마차를 호위하던 무사 하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뭣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비키지 않고, 마차에 깔려 죽고 싶은 것이냐?”

지오는 그 말에 그저 표정 없는 얼굴로 소리치는 호위무사를 바라보았다.
아니 무사라기보다 승려였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마부도 머리를 훤하게 밀어버린 승려였고 호위를 하는 사람들도 승려였다.
지오가 아무 대꾸 없이 그저 말없이 바라보자 소리를 지른 승려가 더욱 화를 내며 지오에게 다그쳤다.

“아니 이 썩을 놈이, 귀에 말뚝을 박았나... 말이 안 들리느냐... 썩 비켜서지 않고 뭐하느냐?”

그 목소리가 컸음일까... 마차 안에서 그리 큰 소리는 아니지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인가?”

그 말에 마차를 호위하던 승려가 마치 큰 죄를 진 듯 머리를 조아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앞에 웬 놈이 길을 막고 있어서....”

호위무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차의 문이 열리며 20대 청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지오와 마차안의 청년이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지오는 마치 몸이 얼어 붇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오는 잘못했으면 검에 손을 가져갈 뻔 했을 정도로 놀랐다.
마차안의 청년도 지오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온몸의 세포가 살아서 꿈틀대듯 긴장이 되었고 청년역시 자신의 섭선을 펼쳐 들 뻔 했던 것이다.
한동안 그렇게 그 둘은 마주보며 움직일 줄 몰랐다.
호위무사들은 영문을 몰라 그저 눈치만 볼뿐이었다.

“혹시 목적지가 어디시오?”

마차 안의 청년이 지오에게 물었다.

“향주를 거쳐 양양으로 가는 중이오.”

“그렇소? 나 역시 향주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불편하지 않다면 나와 마차를 함께 타고 가지 않겠소?”

“호의는 고맙지만 마차 안은 갑갑해서 그다지 타고 싶지 않군요.”

“하하... 그러고 보니 나도 막 갑갑해서 내리려던 참이었는데 잘됐군요. 함께 걸어도 되겠지요?”

“뭐 이 길이 내 것도 아니고 굳이 말릴 수는 없겠지요.”

그렇게 말하자 마차안의 청년은 마차에서 내려 지오의 옆에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청년의 무척이나 호화로운 복장이었다.
궁궐에서나 볼 수 있는 비단황포에 혁대는 옥과 금으로 장식이 박혀있어 지오의 행색과는 무척이나 대조적 이었다.
청년이 지오의 곁에서 걷자 호위하던 승려가 다가오더니 당황스런 어조로 말을 했다.

“소궁주님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습니다. 정오까지는 향주의 경계에 도착을 해야 합니다.”

“압니다... 조금 늦는다고 어찌 되진 않습니다. 또한 이렇듯 한눈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척이나 좋은 일 아닙니까.”

청년은 그렇게 호위무사에게 말을 하고는 여전히 지오의 곁에서 걸었다.
호위무사와 마차는 그저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내 이름은 달나이 라고 하오. 티벳에서 왔지요. 혹시 형장의 존성대명을 여쭤봐도 되겠소?”

“마지오라고 하오. 그다지 중원에선 알려지지 않은 촌부에 불과하오.”

“하하하... 형장이 촌부에 불과하다면 누가 이 중원 천지에 이름을 내걸고 다니겠소?”

달나이라고 밝힌 청년은 무척이나 성격이 호탕했다.
생김새는 곱상한 얼굴에 조금은 여려 보이는 체격을 하고 있고 그의 눈은 무척이나 순순함을 간직한 것처럼 보였다.
지오는 이 청년이 왜 자신과 함께 걷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왠지 싫지가 않았다. 아니 호감이 갔다.

“양양엔 무슨 일로 가는 것이오?”
“뭐 대단한 일은 아니고 무림맹에 잠시 볼일이 있어 가는 것 이오.”

그 말에 한순간 청년은 안색이 어두워 졌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이 바뀌어 있었다.

“혹시 무림맹에 적을 두고 있소?”

“후후... 아니오... 그런 것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오.”

지오는 이 청년의 신분이 대충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티벳에서 왔고 청년은 머리를 밀지는 않았지만 호위하는 승려들은 분명 포달랍궁의 무사들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좀 전 호위무사가 청년을 보고 소궁주라 호칭을 했으니 아마도 이 청년은 황교의 소궁주 일 것이었다.
그런데도 지오는 전혀 청년에게 적의가 들지 않았다.

“하하하... 그렇소? 참으로 다행이오...”

지오는 왠지 이자의 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자신역시 이 청년과는 검을 섞고 싶지 않았다. 두렵다거나 해서는 아니었다.
왠지 이자에겐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 이었다.
지오는 황교의 소궁주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느덧 소로가 끝나는 지점에 도착을 했다.
그때 뒤에서 조용히 따르던 호위무사가 달나이 에게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말을 했다.

“소궁주님 더 이상 지체 할 수 가 없습니다. 그만 마차에 오르시지요.”

그러자 달나이는 지오를 돌아보고는 아쉬운 눈으로...

“형장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소?”

순간 지오는 소궁주의 성격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더욱 부탁하고 싶었소.”

“하하하... 고맙소... 아니... 고맙네... 내 오늘같이 기쁜 날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네.”

“나 역시 그럴 것 같군.”

“하하하...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는 밤 세워 이야기를 나누어보세. 또한 앞으로 자네의 어떤 부탁이든 한 가지는 내 목숨을 달라해도 주겠네...”

“하하...말이 너무 과하군...”

“아닐세... 내 진심으로 하는 말이네... 부디 다음에 볼 때 까지 몸조심 하게.”

“고맙네... 그럼 다음에 다시 보세나.”
그렇게 지오와 황교의 소궁주는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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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요즘 제가 수영을 배운다고 아침일 찍 일어나다보니 글을 적고 있자면 눈이 무척이나

따가워서... 속도가 전만큼 나질 않네요..^^

앞으로 지오와 제갈지연의 인연은 어떻게 되어갈지 또한 황교의 소궁주인 달나이와의

인연역시 어떻게 될지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평가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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