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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ffair 리뉴얼 - 2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33 979회 0건
-----------------------------------------------작가 후기---------------------------------------------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전부에다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내용도 없던 이번 부에 댓글 및 추천을 주셨더군요.
내용도 없는 곳에 부당한 댓가를 요구했던게 아니었습니다...
독자분들이 보신 부에 한에서 고생했다는 취지로 댓글 하나 달아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제가 바라던 숫자에는 솔직히 못 미치지만 마냥 수정본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계실 독자분들을 위해서 이번 부는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음부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분들의 호응도에 따라 다음부를 개재하는 텀도 달라질 것입니다.
늦었지만 즐감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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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 이별택시: https://www.youtube.com/watch?v=yfkWH2AGPJY
박상민 하나의 사랑: http://www.youtube.com/watch?v=F9i5Q0LfJ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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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부 이별택시....

저는 얘기도 미처 듣지 않은 채 급하게 전화를 끊고는 도로변으로 나왔습니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황급히 임지영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 마음속에 있던 사나운 야수 한 마리가 울타리를 뛰쳐나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임지영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다급하게 초인종을 마구 눌러댔습니다.

“띵동띵동. 띵동띵동. 띵동띵동”

다급한 제 마음만큼이나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자 현관문 안쪽에서 급하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임지영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저는 먹잇감을 발견한 사나운 짐승처럼 그녀를 안아들고 침실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자신의 몸이 제게 들려있자 임지영은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습니다.

“지섭씨... 왜 이렇게 흥분해 있어요? 네?”

극도로 흥분해 있는 제 모습에 임지영은 몹시도 당황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침대로 가는 와중에 충분히 설명할 틈이 있었지만 이미 야수로 돌변한 제겐 그런 여유조차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어서 빨리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보지에 제 자지를 끼워 넣은 채 좆물을 마구 토해내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야만 한껏 성이 나 있는 제 안의 야수를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임지영을 침대에 눕히자마자 입고 있던 홈웨어 원피스를 복부까지 걷어 올렸습니다.
그러자 적당히 살이 오른 허벅지와 함께 새하얀 팬티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입고 있는 팬티가 평소 입던 것과는 무척이나 달라 보였습니다.
보지를 제외한 그녀의 속살이 팬티 위로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게 무척이나 음란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 정결했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보지를 덮고 있는 부분이 흰색 팬티라는 말을 무색케 할 정도로 확연하게 얼룩이 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게 되자 순간 찜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거 머야? 속옷이 오늘 왜 이래??”
“네?”

새삼스레 자신의 팬티를 보고 물어오자 임지영은 금세 자신의 얼굴을 붉히고 있었습니다.
임지영은 그저 제 반응을 야한 망사 팬티를 보고 흥분한 것으로 여기는 눈치였습니다.
그녀의 반응에 제가 오해라도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나한테 잘 보이려고 갈아입어야 할 팬티를 다시 입은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지난번에 보짓물로 얼룩진 팬티를 새것으로 갈아입었다고 삐져서는 한참을 꿍한 적도 있으니.. 어우~ 이 앙큼한 여시 같으니라고 어제 하루 못 봤다고 별걸 다 준비했네.. 헤헤헤’
이런 생각이 드니 또 다시 그녀의 보지에 제 자지를 집어넣고 어떻게든 제 욕망을 빨리 채우고만 싶어졌습니다.
저는 제대로 된 애무도 없이 그대로 임지영의 팬티를 양손으로 거칠게 끌어내렸습니다.

평소 거친 모습은 거의 보여주질 않아서 인지 이런 제 모습을 누워서 지켜보던 임지영의 얼굴엔 흥분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임지영의 표정에 저는 더욱 더 흥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벨트를 풀며 잠시 그녀의 보지를 쳐다보고 있으니 언제부터 흘러나왔는지도 모를 보짓물로 인해 보지 주변 살결이 무척이나 번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까 호텔에서 일이 생각났습니다.
남자들의 보빨에 그저 정신줄을 놓은 채 격하게 신음소리를 내며 울부짖던 여자들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빨고 싶다. 그녀들처럼 임지영도 나의 애무에 흐느끼며 울부짖게 만들고 싶다..’

저는 바지를 벗는 것도 잊은 채 다짜고짜 그녀의 보지에 얼굴부터 들이밀었습니다.
그런데 임지영의 손이 순간 제 얼굴을 막아섰습니다.
처음으로 임지영에게 제지라는 것을 당했습니다.
제가 고개를 쳐들자 임지영은 좀 전과는 달리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녀의 제지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그래 갑자기?”

처음 당하는 제지에 저는 당황스럽다 못해 얼굴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난 표정을 내비치고는 다시금 그녀의 보지로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헌데 또다시 임지영의 손이 제 머리를 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나 씻고 올게요. 네? 안 씻어서 찝찝해서 그래요~~~”

전 그녀가 씻고 오는 걸 여유 있게 기다려 줄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시도 때도 없이 빨아대던 보지였는데 오늘따라 막아서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완력으로 그녀의 손을 밖으로 끌어내고 그녀의 보지에 코를 박았습니다.

“흡...흡흡....흡흡..응???”

임지영의 보지 냄새가 평소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름에 냄새만으로도 음식이 약간 쉰 것까지 캐치해 낼 정도로 후각이 무척이나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항상 여름철만 되면 의심이 가는 음식은 제 코로 가져와 쉬었는지 구분 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상한 느낌에 다시 한 번 코를 벌렁 거리며 냄새를 맡아봤습니다.
그러자 임지영이 급하게 허벅지를 오므려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다리를 완력으로 벌려서는 그대로 몇 차례 냄새를 더 확인했습니다.

“흠....흡....흡...흡”

어디선가 많이 맡아 본 냄새였습니다.
그 냄새는 바로 밤꽃향기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이 바르르 떨려왔습니다.
곧바로 그녀의 보지에서 얼굴을 거두곤 그녀를 매섭게 노려봤습니다.

“너 뭔 짓을 한 거니 도대체?”

타인의 정액냄새에 극도로 화가나 버린 전 임지영을 ‘너’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대답도 듣기 전에 벌써부터 그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제 입은 순식간에 그녀를 ‘너’ 란 호칭으로 바꿔 부르고 있었습니다.
첫사랑 지영이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인지 제 몸과 마음은 다가 올 충격에 대비해 벌써부터 문을 닫아버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임지영은 그저 제 눈빛을 피한 채 어찌 할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보아하니 제가 예상하는 게 맞나 봅니다.

“씨발!! 어떤 새끼 꺼냐구 이거!!!!!”

흥분한 나머지 욕까지 해가며 그녀를 다그쳐 댔습니다.
그간 그녀에겐 화 한번 내보이지 않았던 저였기에 그녀는 이런 제 모습에 더욱 불안해하고만 있었습니다.
어느새 그녀를 취하려고 흥분에 차 있던 야수는 그녀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야수로 변해있었습니다.

“씨발.... 얘기 안한다 이거지.. 나 간다.. 나 다신 볼 생각 하지도 마..”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빠르게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침실에서는 임지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남편..꺼라구요...남편... 오늘 온다고 했잖아요...”

저는 첫 섹스 이 후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저의 전유물로만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몸에서 다른 남자의 정액냄새를 확인한 순간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주객이 전도해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몸과 마음을 마음껏 취하고 살았기에 그녀의 남편이란 존재자체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임지영을 저 혼자만의 여자라 여겼고 오직 저만이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했던 현실이 이렇게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저는 화를 내면서도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고작 임지영의 두 번째 남자인 세컨드 밖에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전 그녀의 얼룩진 팬티를 보곤 처음부터 그녀의 남편에 의한 흔적 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눈앞에 다가온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제 자신을 속였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입을 통해서 저와 그녀와의 현실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제 자신을 속이려 더욱 화를 내고 욕까지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현실을 일깨워준 그녀에게 화가 나고 마주하고 있기조차 싫어졌습니다.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문을 거세게 닫아버리곤 그대로 그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임지영이 유부녀인걸 알고도 멈추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이렇게 현실이 다가오게 되니 화가 나고 분노가 쌓이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첫사랑 지영이에게 배신당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제게는 마치 그때와 같은 배신감만 들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다 눈에 거슬린 애꿎은 휴지통만 마구 발로 차서 부숴놓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다 찌그러져서는 형체조차 알 수 없는 휴지통을 씩씩 거리며 바라보고 있지만 도저히 화가 풀리지가 않습니다.
전에도 흥분해서 제 방문을 박살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의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휴지통에 분노를 표출하던 사이 주변에 사람들이 서성이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자 자리를 떠야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곳까지 달리고 달렸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뛰어 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내달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무척이나 낯선 곳에 서서는 땀과 함께 분노를 식히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몸의 열기가 식어가는 만큼 임지영에 대한 제 마음도 빠르게 식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허탈함에 그저 턱벅터벅 대로변 쪽으로 걸어 나오니 청승맞게도 비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뒷좌석에 몸을 실었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대치동 00아파트 근처로 가주세요..”
“비가 내려서 옷이 많이 젖으셨나 보네요. 휴지라도 드릴까요?”

마음속을 정리하며 조용히 집까지 가고 싶은데 택시기사는 눈치 없이 자꾸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이내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리자 택시기사도 더 이상은 말을 걸어오지 않습니다.아무 말 없이 비 내리는 모습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만 있자 낯익은 풍경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곳을 올 일이 거의 없겠지...’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 동안 하필 택시는 임지영이 사는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우산을 들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여 지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녀가 임지영이라는 것을 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옆 창문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택시 뒤창 너머로 그녀의 모습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뒤창은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에 흠뻑 젖어 있어 하늘하늘한 실루엣만이 보여 지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그 실루엣마저 멀어지다 결국엔 사라져버렸지만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 눈은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그녀를 지우고 있으면서도 바보 같은 제 마음은 여전히 그녀를 놓지 못하고 쫓고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간을 뒤돌아 창문만을 바라보고 있자 이내 택시기사의 시선이 느껴져 왔습니다.

택시기사의 눈치에 결국 자세를 고쳐 앉은 전 옆 창가로 얼굴을 도로 가져간 채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딴 생각은 하지 말고 오로지 희연이만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임지영이 자꾸만 보고 싶어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그녀를 성적 파트너로만 생각했던 게 아니었나 봅니다.
임지영이 제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을 저는 이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믿고 싶지 않은 사실들은 저조차 모르게 가리고만 있었나 봅니다.

제 마음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앉은 택시기사에게라도 묻고만 싶습니다. 제 마음이 어디로 치닫고 있는지 그렇게라도 알고만 싶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임지영과의 추억을 지워내면서도 문득문득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불거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엔 택시기사도 모르나 봅니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에 섞여 창문을 적시고 있는 제 눈물은 보이지가 않나 봅니다.

“다왔습니다. 2만2천원 나왔습니다. 허걱!!”

그제야 퉁퉁 부어버린 제 눈을 확인했는지 택시기사는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인 양 놀라고 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집까지 뛰어온 저는 냉장고로 가서 소주부터 꺼내들었습니다.
한동안은 술을 먹지 않아 냉장고에서 굴러다녔을 소주를 오늘 다 소비시킬 작정으로 입속으로 마구 부어대기만 했습니다.

“따르르릉......따르르응.....따르르응.....따르르응....따르르응”

전화기가 계속 울려대고 있습니다.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조용해지겠거니 하며 받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술을 퍼마시고 있었지만 전화기는 잠시 동안의 텀을 제외하고는 연이어 울려대고만 있습니다.

“아 씨발!! 존나 귀찮게 하네. 진짜. 때려 부숴 버릴라...”

술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제 안의 모든 감각은 예민해 질대로 예민해져서는 계속 제 귓속을 파고드는 전화벨 소리에 점점 짜증이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진짜 전화기를 때려 부술까도 생각이 들었지만, 이마저 부숴지면 연락 수단이 다 사라져서 차마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전화벨소리에 항복을 하고 전화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여보셔!! 누군데 오밤중에 이~~쒸 전화질이야!!!!”
술기운에 금세 혀가 꼬부라져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지섭씨... 미안해요...흑흑흑....”

임지영의 목소리였습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녀는 대책 없이 화만 내고 가버린 저 때문인지 흐느끼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니 무척이나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 하리 만치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건네는 제 말은 냉담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왜 전화했어요.. 하... 나 피곤하니까 전화 끊을게요. 꺽... 또 전화하면 전화기를 부셔버리던 전화선을 뽑아버릴 테니까 이제 전화하지 말아요..”

싸늘하게 식어버린 냉담한 제 목소리에 임지영은 다급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지....지섭씨 왜 그래요 네? 흑흑흑..그러지 말아요 너무 무섭잖아요... 저한테는 사소한 화조차 한 번도 낸 적이 없었잖아요. 너무 다른 사람 같아요... 그리고 왜 저한테 존댓말까지 하세요... 다정하게 말해줘요 제발....”

저는 돌아오면서 어느 정도는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만이 제 마음속을 속이고 아프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걸 첫사랑 지영이와의 일로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첫사랑 정지영에게는 너무나 고마워해야겠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렇게 쉽게 정리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죠...

“이러지 마요. 남편분이 알면 얼마나 화가 나시겠어요. 더 이상 연락하지 마세요. 전 마음 다 정리가 되었으니. 이만... 끊습니다.”

저는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리곤 다시금 마시던 소주병을 들고 쇼파에 널브러졌습니다.
벌컥거리며 한모금의 소주를 넘기는 사이 다시금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려대고 있었습니다.
결국 애꿎은 전화기를 발로 짓뭉개고 나서야 시끄럽던 집안이 잠잠해 질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어느 정도 술을 퍼마시다 보니 알딸딸함이 찾아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술기운을 빌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현관문을 두드려대는 소리에 간신히 눈을 떠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해가 중천에 떴는지 눈부신 햇살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가 않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달콤한 잠을 방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폰으로 몸을 가져갔습니다.
언제부터 와 있던 것인지 인터폰 화면 속에서는 희연이가 씩씩 거리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느릿느릿 현관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문 따는 소리가 들리며 살짝 현관문이 열리자 희연이가 활짝 현관문을 열어 재끼며 제 앞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습니다.

“뭐하고 있었기에 전화도 안 받니!!! 너 또 PC통신한 거지??”

그제야 제가 전화기를 부숴버린 게 생각이 났습니다.

“아냐... 어제 실수로..... 전화기를 밟아서 고장나버렸어... 전화는 온지도 몰랐어..”

제 말에 희연이는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저를 재치고 거실로 들어갔습니다.
저도 희연이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니 전화기는 완전히 박살이 난 채로 거실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수화기 외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박살이 나버린 전화기를 쳐다보며 희연이가 의아한 듯 제게 물어왔습니다.

“이거 밟아서 그런 거 맞아? 그리고 저 술병들은 또 뭐야!!! 또 술 마셨지 또? 윽~~ 술 냄새~~”

희연이는 술병을 보고는 어느새 제 얼굴 가까이 코를 대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아... 어제 급 술이 땡겨서 먹다가 실수로 몇 번 밟아서 그래..”

저는 쓰레기통을 가져와 산산조각이 나버린 전화기를 주워 담고 있었습니다.
희연이도 옆에서 저를 거들면서도 제 대답이 명쾌하지 않아선지 여전히 저한테서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거실 정리를 다 끝내고 나서 해장을 할 겸 냄비에 물을 붓고 라면을 끓여 왔습니다.
속이 부대끼는 통에 면으론 손이 잘 가지가 않습니다.
잠시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습니다.

“캬~~~ 아~~~~”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 목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오니 속이 순식간에 뜨끈해지는 것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그 소리에 거실에서 일요일 쇼프로를 보고 있던 희연이가 식탁으로 달려와 젓가락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결국 면은 희연이가 다 먹어버려서 저는 국물만 간신히 비운 채 해장을 끝내야 했습니다.

“너 밥 안 먹었어?”

희연이는 아쉬운지 연신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습니다.

“점심도 먹고 그럼 이것도 먹은 거야? 내 속에는 국물만 넣게 하고?”

자신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희연이는 제 눈빛을 피한 채 종종걸음으로 거실로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울 자기가 해줘서 그런지 너무 맛있어서 그런 거야. 사랑이 고팠다구!!! 배가 고팠던 게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런 곳까지 제게 다 보여줘서인지 희연이는 사랑표현에 있어서 부쩍 대담해진 것 같습니다.
평소 사랑이라는 말은 부끄러워서 잘 꺼내지도 못했던 희연이었는데 저런 말까지 뻔뻔하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온 거야? 오늘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제야 희연이는 이곳에 온 이유가 생각이라도 난 것인지 제게 쪼르르 달려와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주희가 너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찾아왔지.. 오늘 만나서 발표과제 PPT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제야 어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러자 마음 한 구석이 횅한 채로 아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제 심장은 어제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 내고 있나봅니다.

“어... 오늘 하기로 했는데... 지금 보니 시간이..... 지나버렸네..”

아마 주희는 열이 받아 있을 겁니다.
약속시간이 2시간이나 지나있었습니다.
희연이는 참으로 저를 안타깝게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으이구!으이구!!! 정신 좀 차리나 싶더니 또 그러니 너는...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혹시.... 또 정지영 그 지지배가 귀찮게 하는 거 아니야?”

저는 정색을 하며 희연이를 쳐다봤습니다.

“무슨... 그때 우리 집에 다녀 간 뒤로는 전혀 연락도 안 했구만!!”

희연이의 눈빛이 금세 바뀌어 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희연이는 지영이가 집에 찾아 왔던 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언제 집에 찾아 온 건데? 어? 빨리 말 안 해?”

이게 숨기려고 하려던 건 아닌데 지금 모습은 마치 제가 숨기다 걸린 것처럼 보여 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옷 때문에 희연이 너랑 우리 집에서 싸운 날 퇴원했다고 잠시 찾아왔었어. 그게 다야 정말이야... 내가 미쳤다고 개를 만나냐 그렇게 치욕스러울 수가 없었는데 나한테는..”

결국 제 치욕스런 과거를 들먹이고 나서야 희연이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은근 슬쩍 희연이의 옆으로 가서 살며시 그녀를 끌어안았습니다.
희연이는 잠시 제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내 제 완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제 품에 안겨왔습니다.

“치... 한 번 더 나한테 얘기 안하고 그래봐!!! 담에도 또 그러면 내 몸에 아주 손도 못 닿게 할 거야!!! 알겠어?”

저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희연이의 몸을 더듬어 나갔습니다.
약간 벌어져 있는 희연이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은 저는 슬며시 옷 위에서 희연이의 보지 위를 만져나갔습니다.

“아음~....하지마~~”

희연이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을 만져나가는 제 손에 긴장이 되었는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가 있는 제 손을 자신의 손으로 움켜잡았습니다.
하지만 평소 희연이가 거부의사를 내 비출 때와는 달리 미약하기만 한 힘에 저는 더 적극적으로 희연이의 몸을 더듬어 나갔습니다.

“아흐윽 지섭아....하지마.... 좀 있다 주희 온단 말이야.. 하아..”

순간 저는 손을 멈추고 희연이의 얼굴을 마주봤습니다.

“뭐야,,,, 주희한테 우리 집 알려 준 거야?”

희연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어... 오늘 어떻게든 PPT 작성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오면서 집 주소 알려줬지.. 목소리로 짐작컨대 못해도 화가 무지 나 있을 걸.. 호호호호..”

아~~ 좀 희연이의 몸을 더듬으며 오붓하게 있으려고 했는데 주희가 곧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말에 기분이 팍 상해 버립니다.
아쉬운 마음에 희연이의 보지를 조금이라도 만져보고 싶어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희연이가 바로 거부를 해버립니다...

“안된다니까!!! 이제 정말 올 때 됐어!! 그리고 나도 약속 있어서 일어나야 하구...”

희연이는 사랑스런 얼굴로 잠시 저를 바라보곤 살짝 제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저는 그저 현관문 앞까지 희연이의 등 뒤에 몸을 바짝 붙인 채 따라 나갔습니다.

“으이구!! 그러지 좀 마~~ 변태같이 자꾸 그럴래??”

마치 발정이라도 난 듯 희연이의 뒤에서 자지를 비벼대고 있으니 희연이가 결국 저를 흘겨보고 말았습니다.
변태라 불려도 할 수 없습니다.
어제부터 잔뜩 꼴려있던 자지는 언제부터 일어나 있던 것인지 저를 괴롭히고만 있었습니다.

결국 희연이는 저를 집안에 홀로 남겨두고는 휑하니 약속이 있다며 가버렸습니다.
희연이가 나가고 나니 집안이 텅 빈 절간처럼 조용해져 있습니다.
조용하게 있으면 딴 생각만 자꾸 들것 같아 컴퓨터에 TV, 오디오까지 크게 틀어놨습니다.

잠시 PC통신에 접속을 시켜 놓고는 전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뜨끈한 물이 제 몸을 적셔오자 저도 모르게 몸이 나른해져만 갑니다.
바디워시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우두커니 뜨거운 물을 온몸으로 느끼고 서 있으니 너무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스르륵 눈을 감은 채 잠시간을 그렇게 서있기만 했습니다.

“띵동띵동. 띵동띵동”

잠시 뒤 초인종 소리가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주희가 벌써 온 것 같습니다.
저는 급하게 물기를 닦아내고 반바지를 걸친 채 상의에 수건을 두르고는 급히 인터폰으로 달려갔습니다.
역시나 주희가 손에 뭔가를 가득 들고는 현관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어주자 주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웬걸 첨엔 웃고 있더니 이제는 점점 얼굴색이 붉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얼마 못가 주희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자신의 손에 든 봉지를 제게 건넸습니다.

“이....이거 아무래도 첨 집에 오는 거라..... 휴지랑 이것저것 먹을 것 좀 사왔어..”

여전히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얼굴을 붉히고 있는 주희가 참으로 의아했습니다.
아무래도 남자 집에 첨으로 와봐서 그런 가 보다 했습니다.
저는 주희를 쇼파에 앉히고는 컵에 쥬스를 따라서 그녀에게 건넸습니다.
여전히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주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숙맥 같아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야 남자 집 첨 오냐? 그냥 편하게 있어.. 나 샤워하다 나와서 잠깐 마저 씻고 나올게.. 심심하면 TV라도 보고 있던가..”

저는 다시 욕실로 들어가서 마저 몸을 씻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욕실에서 나온 저를 주희가 잠시 뻔히 쳐다보고는 저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시선을 틀어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참... 오늘따라 주희의 모습이 낯설기만 합니다.
항상 쾌활하고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애가 내외를 하고 있으니 기존의 주희 같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보지를 연상시키는 입술은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야시시한 기분에 몸을 한번 떨고 맙니다.
가뜩이나 어제 오늘 흥분만 시킨 채 자신을 죽이고 있으니 이제는 자지까지 마구 성을 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잠시 방으로 들어가 상체에 남은 물기를 닦아내고 ‘Yah’에서 구입한 갈색의 쫄티를 입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직 물기가 몸에 조금 남아있는지 몸에 쫄티가 쫙 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대며 주희 쪽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주희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PC통신에 접속시켜놓고 씻으러 갔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컴퓨터로 달라가 주희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젠장... 주희가 제게 온 쪽지들을 그 사이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신의 코앞까지 다다르고 나서야 주희가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거실 쇼파로 가서 앉았습니다.
모니터 화면을 보니 임지영이 보낸 쪽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쪽지 내용은 불을 보듯 뻔한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슬그머니 주희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찔려서 그런지 주희가 저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마지못해 조심스럽지만 강한 어조로 주희에게 물어봐야 했습니다.

“너.....어디 까지 본거야?... 넌 왜 개인적인 걸 함부로 보고 그래!!!”

제 말에 주희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저를 보고 있습니다..

“참~~~ 너 희연선배를 놔두고 어쩜 그럴 수 있니... 너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무지 실망이다. 희연선배가 알면 정말 까무러칠 일이다 진짜..”

확실히 임지영과 저와의 관계를 다 알아버린 눈치였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눈앞이 캄캄해져만 왔습니다.

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애절한 눈빛으로 주희를 쳐다봤습니다.

“야 너도 어제 봤잖아.. 남자들은 여자 친구 있어도 성적으로 딴 여자가 생각날 때가 있어.
그리고 성적으로 한 참 왕성할 나이인데 희연이가 할 생각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떡하냐 그럼. 강제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 그리고 그 여자랑은 끝났어. 어제부로.. 그러니.... 희연이한테는,,.. 얘기..... 안했으면 해...“

제 말에 주희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넌 사랑도하지 않는 여자랑 잤단 말이야? 그것도 남편이 있는 유부녀를 상대로? 그저 성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어떻게든 합리적인 말로 주희를 납득시켜야 했습니다.

“나도 처음엔 사랑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첫경험을 그 사람과 하고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더군다나 희연이랑 스킨십 때문에 자주 싸웠었는데 그 사람을 만나고 부턴 싸움도 일체 안하고 있고...”

주희가 곰곰이 제 얘기를 듣고는 다시 물어왔습니다.

“네 말대로 어떻게 생각이 달라졌는데?”

저는 꼭 취조를 받는 기분이 들었지만 잘못하다간 희연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실대로 불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그 여자의 몸에 끌려 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사랑과는 좀 다른 뭔가 정 같은 게 자꾸 쌓이더라. 나도 맨 첨엔 죄책감에 많이 괴로웠는데 그렇게 생긴 정이 자꾸 나를 그 사람에게로 향하게 하더라. 그리고 같이 자면 잘수록 그게 더 커져갔고 무조건 사랑해야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섹스를 통해서 사랑인지 정인지 모를 이런 감정이 생겨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어.. 하지만 현실은 어쩌지 못하겠더라... 어제부로 나도 현실을 인지하게 됐고 그래서 마음도 정리했다.. 희연이한테는 얘기 안했으면 좋겠어..이건 어디까지나 나와 희연이 사이의 문제지.. 네가 관여하는 건 아니라고 봐..”

정리되었다고 말을 하던 순간 임지영의 모습이 또다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정인지 사랑인지 모르지만 그 감정이 어느새 새록새록 제게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내라는 게 저를 더욱 괴롭히고만 있습니다.
조금은 강한 어조로 뒷말을 이으니 주희가 게슴츠레하게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참내.. 죽어도 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를 않네??”

“잘하고 잘못하고가 아니잖아, 그냥 본능에 이끌렸던 거지. 그리고 솔직히 나름 나를 떠받들듯 하는 그 사람에게 하루밤 잔 걸로 치자고 할 수도 없었어. 뭔가 그 사람한테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고 그 사람역시 나한테서 그렇게 느꼈었고. 당시에는 희연이에게 받질 못했던 부족한 부분을 그 사람에게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제게 진정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 주고 한없이 다정하게 대해주었던 임지영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그녀가 너무나 그리워집니다.
어느새 내 마음에 이렇게나 자리를 잡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바람처럼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자중 하나로만 여겼었는데 그래서 가볍게 몸을 섞을 수 있었는데 제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어쩌면 제가 생각했던 거 보다 그녀는 제게 있어 훨씬 더 큰 의미였나 봅니다.

“아주 시를 써라 시를~~~그래서 어제 호텔에서 본 것 때문에 흥분해서 그 여자 집에 갔다가 싸우고 나온 거냐?”

도대체 쪽지에 무슨 내용이 어디서 어디까지 써져 있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기에 답답함이 밀려올 뿐이었습니다.

“딴 남자의 흔적이 남아있어 화가 치밀었었는데 그게 그 사람 남편꺼더라. 그 동안 마치 내 여자인걸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남의 여자를 내가 건드린 것 밖에 안 되더라.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그냥 화를 내고 나와 버렸어.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술 한 잔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았는데 그 사람이더라. 그래서 마음정리 됐다고 그만 연락하라고 하고선 전화를 끊었는데 계속 전화가 와서 홧김에 전화기도 부셔버리고..”

저는 임지영의 남편과는 상대조차 되지 못하는 불륜남 밖에는 안 되었기에 아무래도 자격지심에 젖어 어제 그녀에게 그렇게 모질게도 대했나 봅니다.
제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게 현실이 되어 나타나니 제 스스로 버티질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그 화를 휴지통과 전화기 그리고 임지영에게 풀어버린 것 같습니다.
제 표정을 잠시 뻔히 쳐다보던 주희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가 안 되었던 거구나..., 그럼 나 하나만 더 묻자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글쎄.. 대답을 하기엔 네 질문이 너무 양날의 검을 생각나게 하는데. 더 이상 죄짓는 기분에 사로잡히지는 않을 거 같아서 기분은 홀가분한데 반대로 앞으로 희연이가 몸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은 그 생각이 날 때마다 괴로워지겠지. 고로 후회를 하긴 하지만 어떤 점에선 금세 그리워 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주희랑 대화를 할수록 임지영이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워져만 갑니다.

“그게 그렇게 좋니?? 어제 호텔에서도 남자도, 여자도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면서 좋아 죽는 것 같던데.. 난 실제로 별로 좋은 기억이 없거든. 그게 그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거니??”

은연중에 주희는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도 부끄럽지 않은지 자못 대담하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글쎄... 난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들던데.. 무엇보다 내 터치에 여자가 강하게 반응 할 때가..... 난 너무 좋거든.... 그 모습에 더 내가 흥분을 하기도 하고... 그게 중독성이 강한 것 같아.”

주희의 얼굴은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쉽게 말을 걸 수 없었습니다.
그저 멍하니 있기가 모해 주희가 사온 먹거리들을 잠시 꺼내보고만 있었습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주희가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제게 말을 건네왔습니다.

“거 검은 봉지에 캔맥주랑 안주 있거든 그것 좀 줘봐... 오자마자 머리를 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캔맥주를 따서 건네자 주희는 받자마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 키고 있었습니다.

“야 너도 와서 마셔... 내 심사숙고 한 끝에 오늘내로 PPT자료를 완성하면 희연선배에게 오늘 본 쪽지와 너와 나눈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을게... 대신 .....”

주희가 말을 하다말고 ‘대신’ 이라고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이고 있습니다.
뭔가 불안한 기분이 엄습해 오고 있습니다.

주희가 저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목을 타고 넘어 가지고 있습니다.

“꼴깍.....꼴깍..”

주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향해 걸어오고 있습니다.

“그 대신 말이야.........다음 회에 찾아뵙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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